기획연재 / 민족의 상징 아리랑(6) - 영화에서 행위예술까지, 장르확산하는 아리랑
[2002-03-11]
 


영화에서 행위예술까지, 장르 확산하는 아리랑

다양한 예술품으로 발전, 젊은이들 향유층은 아직 얕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은 아리랑 역사에 획을 그었다. 민요로서의 아리랑을 민족의 상징으로 끌어올린 결정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아리랑의 장르변혁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영화 ‘아리랑’을 기점으로 아리랑은 단순한 노래의 범주를 넘어서, 어느 장르에도 접목될 수 있는 무형의 ‘정신’으로 본격적인 개념 전환을 한 것이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불리는 아리랑은 영화 ‘아리랑’에서 파급된 신아리랑이다. 일본풍의 가락으로 전통 아리랑을 훼손시켰다는 비난도 있지만, 신아리랑이 아리랑의 대중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만은 사실이다. 왜 신아리랑이 대중에게 널리 퍼졌을까? 영화라는 매체의 시너지가 크게 작용했겠지만, 시대에 맞는 참신한 아리랑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민요는 통속 민요로, 지금으로 따지자면 대중가요이다.

문화상품으로 발전 필요
그렇다면 아리랑을 현재에도 ‘숨쉬게’ 하기 위한 방안은 명확해진다.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재창조되어야 하는 것이다. 영화로 장르변혁을 시도했던 아리랑은 현재 △대중가요(한빛코리아 ‘단군조선 아리랑’) △클래식(서울 내셔널심포니 오케스트라 ‘아리랑 환타지’) △배경음악(윤익상) △회화(김영철 ‘나운규 화상’, 김병종 ‘정선아라리’, 정회남 ‘아리랑 춤추는 여인’) △사진(안승일 ‘아리랑’) △춤(김기인 무용단의 ‘아라리요’, 아리 무용단의 ‘아리랑푸리’, 김은선의 ‘아리랑’) △행위예술(무세중 ‘통일아리랑’ 최일순 ‘아리랑 짓’, 김백기) △판토마임(강정균, 김봉석) △메탈(독일 밴드 턱식 스마일 ‘Arirang’) △컴퓨터 음악(박창수, 박정민 ‘아리랑변주곡’) △퓨전형 복합무대(김대환 밴드) 등 나열하기 벅찰만큼 다양하다.
아리랑을 주제로 지속적인 작품을 하고 있는 예술가들은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아리랑을 비켜갈 수 없다”며, ”가장 독특하면서 가장 보편적인 것이 아리랑의 매력이다”고 입을 모았다. 아리랑이 이토록 다장르로 발전되고 있는 이유는 아리랑이 전통과 역사, 그리고 한국인의 의식을 총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아리랑을 새롭게 탄생시켜 세계에 알리겠다”
연극, 만담으로 아리랑의 장르를 넓히고 있는 ‘아리랑 무당’ 최은진씨

“삼천리 금수강산 어데를 가든 / 아리랑 고개 없는데가 없으며 / 아리랑 멜로디가 흐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하겠습네다”
최은진씨(42)의 ‘아리랑 만담’을 들으면, 처음에는 흑백 다큐멘터리 속의 유랑극단 변사 목소리와 ‘똑같음’에 놀라고, 나중에는 ‘착착 감기는’ 어조와 창법의 맛깔스러움에 취하게 된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꺾어지는 부분의 묘한 흥겨움을 되씹다보면 ‘뜨거운 그 무엇’이 남게 되는데, 그것을 최씨는 누구나의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아리랑 정서’라고 말한다.
‘아리랑 만담’은 1930년대 콜럼비아 레코드사가 발매한 황재경의 객담 ‘아리랑레뷰’를 그대로 재현한 작품이다. 이외에도 최씨는 아리랑을 주제로 한 연극으로 아리랑의 장르 확대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최씨는 2000년 3월 연출가 김경원씨의 제안으로 1인극 ‘개발쇄발 아리랑’을 하면서 아리랑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후 아리랑에 매료된 최씨는 “아리랑으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아리랑 무당’이라는 별칭을 얻었을 때, 행복했다는 최씨는, 아리랑을 이 시대에 새롭게 태어나게 해서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아쉬운 점은 아리랑이 다양한 예술 장르로 거듭 태어나고 있는데 반해, 젊은이들의 대중문화로 널리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창작자들은 작품에 대한 젊은층의 반응을 “대부분 재미있어하고 감동을 느낀다”고 밝혔다. 문제는, 작품 감상 전까지 진부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젊은층을 공연장이나 관람장까지 끌어올 만한 홍보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홍보와 기획은 물론, 아리랑에 대한 전반적 인식전환과 문화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문화상품으로서 아리랑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 전략 구축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아리랑이 점차 다양한 장르로 창작되고 있고, 신세대들은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아리랑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서 전망은 밝다. 한민족아리랑연합회 기미양 사무국장은 아리랑으로 시작하는 이메일 주소가 가장 많다며, “N세대에게도 잠재적인 유전인자가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덧붙여, “아직 교과서에 아리랑에 대한 부분이 없다”는 점을 보완점으로 지적했다.

"아리랑으로 민족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회복하자”
김산의 정신 담아, 가요 ‘아리랑’ 만드는 한빛코리아 최동국 대표

“조선에는 민요가 하나 있다. 그것은 고통받는 민중들의 뜨거운 가슴에서 우러나온 아름다운 옛 노래다. (중략) 이 노래는 죽음의 노래이지 삶의 노래는 아니다. 그러나 죽음은 패배가 아니다. 수많은 죽음 가운데서 승리가 태어날 수도 있다”
항일운동가이자 혁명가였던 김산의 아리랑에 대한 진술이다. 한빛코리아(www.hanbitkorea.com) 최동국 대표는 김산의 일대기를 담은 자서전 ‘아리랑’(김산, 님웨일즈 작)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최대표는 아리랑을 대중화시키겠다고 마음먹고 댄스와 락의 흥겨운 가요로 아리랑을 새롭게 만들었다. ‘단군조선 아리랑’, ‘치앙마이 아리랑’, ‘희망의 아리랑’, ‘대마도 아리랑’ 등이 그 산물이다. 모두 민족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일깨우는 내용.
최대표는 가수 아랑(여·24·본명 홍경아)과 함께 공연을 비롯, MP3와 CD를 통해 노래를 보급하고 있다. 독도 문제를 다룬 ‘대마도 아리랑’은 ‘대마도는 우리땅’이라는 제목으로 네티즌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아랑은 일본 우익단체의 테러를 우려해 가급적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대표는 아리랑 작업으로 “민족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회복하고 미래를 제시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한다.

“대중음악은 아리랑 대중화를 위한 최상의 그릇”
- 아리랑이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아리랑은 지금까지 시대에 맞게 변화되어왔다. 예를 들자면, 과거에 아리랑이 농민을 위한 노래였다면, 현재는 노동자를 위한 아리랑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농민보다 노동자 수가 많은 현재에, 농민의 노래로만 아리랑이 고집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아리랑은 잊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리랑이 여러 장르로 만들어지면, 향유 계층도 넓어진다는 의미다. 민요로서 아리랑은 향유층이 매우 제한적이다. 아리랑이 생활에 가까운 노래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중적인 장르로 재창조될 필요가 있다. 전통은 그것대로 보존되어야 하며, 창작은 한편에서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새로 만들어진 아리랑도 오래되면 전통이 될 것이다.

- 왜 하필 아리랑이며, 대중음악인가
시작은 김산의 아리랑을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부각시켜야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김산이 아니더라도 ‘아리랑’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아리랑만큼 민족의 정서와 역사가 함축된 것은 없다. 보편 타당한 공감대와 일체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도 아리랑의 강점이다. 대중가요는 민족 정체성과 미래제시, 역사 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했다. 잘 만들어진 대중음악은 파급효과가 굉장하다. 신세대 풍의 리듬을 주로 사용한 것도 젊은 세대에게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슬픔의 정서였던 아리랑을 밝고 희망적으로 형상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 아리랑의 세계화 전망
16년째 환경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세미나 등으로 해외에 나갈 일이 많았다. 일정이 끝나고 각국 사람들이 모인 자리는 늘 서먹서먹해서 함께 부를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한번은 나의 제안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아리랑을 불렀다. 외국인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일본 오사카 초청으로 ‘11.4 반전 평화 단결축전’ 공연에 참가했을 때도 일본인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환호가 대단했다. 따라서 부르거나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아리랑은 이미 세계에 알려졌고, 외국인들도 흡입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노래다. 개인적으로 각국을 상대로 공연을 계획중이며, 영어 아리랑 제작 작업을 하고있다. ‘치앙마이아리랑’이 현재 국외용으로 진행중이다.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전파가 더욱 쉬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2002-03-11]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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